"격변의 시대에 미래는 지속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이 상속할 것이다. 배움을 멈춘 사람들은 대개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에서 살아갈 채비를 한다." -에릭 호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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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함께, 취향이 공존하는 복층 빌라복층에 사는 즐거움_사례2
박수연 씨 가족이 방배동 복층 빌라로 이사한 것은 성격도, 취향도 다른 가족이 ‘함께’ 그리고 ‘잘’ 살기 위함이었다. 가족의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면서도 각자의 취향이 돋보이는 공간. 모던 갤러리와 스칸디나비안 홈이 공존하는 복층 빌라의 개조 일지를 소개한다.


1, 2 북유럽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더해 스칸디나비안 스타일로 완성한 위층 거실과 테라스. 심플한 원목 가구로 꾸민 박수연 씨 방. 방마다 붙박이장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철거하는 대신 문짝만 화이트로 교체해 그대로 사용한다. 4 빌라로 이사 오면서 드디어 입양한 강아지. 계단 아래 널찍한(!) 공간이 바로 ‘딱지’의 침실이다. 화이트로 무장해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아래층 거실은 베란다를 화단으로 꾸며 생동감을 더했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아빠, 화초 키우는 재미에 폭 빠진 엄마, 피아노를 전공한 딸. 이 가족은 십수 년간 아파트에서 살았다. 피아노를 전공한 딸 박수연 씨는 집에서 레슨을 하거나 밤 늦게까지 연습해야 할 때가 있는데 사실 아파트에서는 불가능했다. 층간 소음도 문제였지만 함께 사는 가족에게도 미안한 일이었다. 또 사회인이 되니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독립된 공간을 꾸미고 싶은 마음도 컸다. 다음은 아빠의 속마음. 취미로 사진을 찍는 아빠는 자신이 찍은 작품을 거실과 주방, 침실, 복도 등에 걸어두고 싶었다. 하지만 사진이 돋보이려면 도화지처럼 하얀 밑바탕이 필요할진대, 한때 유행한 포인트 벽지와 이미 가구와 세트를 이루며 자리 잡은 각종 소품을 밀어낼 수는 없는 노릇. 엄마 역시 얼마 전부터 본업인 연주보다 화초를 가꾸는 재미에 폭 빠졌으니 자그마한 화단이 필요했다. 생활 공간과 작업 공간으로 공간을 분리하고 부모와 자녀, 각각의 취향에 맞춰 독립적으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복층 빌라가 해법이었다.


1 2층 바닥과 같은 원목 색깔 계단은 진회색으로 도장했다. 2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 자주 사용하는 그릇, 냄비 받침, 소스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이동식 트롤리를 갖추었다. 제주 바다 풍경을 담은 아버지의사진과 원목 콘솔이 잘 어우러진다.


아빠와 딸, 서로의 취향을 존중한 집
서래마을 언덕에 자리한 7층 빌라의 꼭대기층인 이 집은 ㄷ자형 내부 계단을 중심으로 위층과 아래층이 나뉘는 구조였다. 튼튼한 골조, 널찍한 베란다와 테라스 등 여유 공간은 마음에 들었지만 화려한 샹들리에와 클래식한 몰딩이 집을 압도해 무엇보다 말간 밑바탕을 만드는 레노베이션이 필요했다. 부모님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큰딸 수연 씨에게 젊은 감각을 발휘해보라며 레노베이션을 전적으로 일임했고, 수연 씨는 평소 인테리어 전문지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눈여겨본 홈 스타일링 업체 가라지에 시공을 맡겼다. 이 집의 실질적 클라이언트인 부모님이 원한 것은 오직 하나. 집 안 전체를 화이트 톤으로 통일해달라는 것이었다. 수연 씨는 아래층은 아버지의 사진 작품과 어머니의 초록 화단이 돋보일 수 있도록 미니멀한 갤러리 스타일로, 자신과 유학 중인 동생이 사용하게 될 위층은 평소 꿈꾸던 스칸디나비안 스타일로 콘셉트를 잡고 우선 캔버스 같은 기본 바탕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벽지를 선택하고 페인트를 바르고, 가구와 조명등을 고르는 과정은 분명 즐거웠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집을 완전히 레노베이션했다면 오히려 쉬웠을 것 같아요. 유지할 것과 바꿀 것을 선택하는 모든 과정이 고민의 연속이었죠. 아직 멀쩡한 새시를 뜯어내기엔 시간과 비용이 아깝고, 둔탁한 계단 라인과 체리목 몰딩을 그대로 두자니 스타일이 문제였어요.” 



동생 방은 약간 기울어진 지붕 골조가 남아 있다. 바깥쪽으로 지붕 라인의 여유 공간이 있어 매입식 책장을 짜 넣었다.


가라지의 박창민 실장은 무리해서 집을 뜯기보다는 정해진 시간과 예산 안에서 기존 골조와 마감재를 살리면서도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고민했다. 우선 최대한 미니멀한 스타일을 완성해야 하는 아래층은 천장과 몰딩을 모두 걷어내되 도장 대신 페인트 질감이 느껴지는 벽지를 시공해 비용을 절감했다. 어머니를 위해 화단으로 꾸민 널찍한 베란다는 한여름과 겨울을 제외하고는 문을 활짝 열어둘 수 있도록 안쪽에 폴딩 도어를 설치했다. 레노베이션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부 새시는 상태가 좋아 화이트로 래핑해서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거실과 주방 가구는 그레이와 블랙을 테마로 맞춤 제작. 침실에 빌트인으로 설치된 붙박이장은 문짝을 교체하고, 계단은 그레이 컬러로 도장했다. “최대한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한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아래층은 가구를 최소화했죠. 대신 공간에 꼭 필요한 가구를 들이기 위해 기성품 대신 맞춤 제작을 선택했어요. 베란다 화초를 바라보면서 동시에 공간 곳곳에 걸린 작품도 감상할 수 있도록 1층 소파는 3인용 소파를 두 개 제작해 ㄱ자로 배치했고요.” 물론 우여곡절도 많았다. 맞춤 가구를 제작할 때는 머리속에 있는 대로 결과물이 나오기 힘들다는 점, 제작을 맡길 때는 아주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을 모두 설명해야 하는 점 등을 톡톡히 배웠단다.


아래층 서재는 대리석 느낌이 나는 벽지를 바른 뒤 목공으로 하얀 책장을 짜 넣었다.

“다락방은 모든 사람의 로망이잖아요. 저 역시 천장을 털어내 박공지붕 라인을 살리고 싶었지만 꼭대기층이라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울 수 있다는 디자이너의 조언에 기존 상태를 유지하고 천장에 단열 필름과 합판을 보강했어요. 아래층 거실 바닥은 갤러리 느낌을 내기 위해 폴리싱 타일로 교체했지만, 위층은 겨울에 추울 수도 있어 원목 바닥재를 그대로 사용했고요.”_ 집주인 박수연 씨


참을 수 없는 ‘테라스’의 즐거움 
생각해보면 우리는 주거 공간을 스스로 꾸미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배우지 않았다. 때로 부모나 위 세대에게서 물려받기도 하지만 그것이 모두 현재 상황과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같은 모양의 집에서 비슷한 형태의 생활 방식을 답습하는 사이 개성은 점점 탈색되어갔다. 대학 진학이나 사회생활을 하며 독립하는 순간을 맞지만 그저 임시방편의 ‘숙소’ 일 뿐, 주거 환경에 관심을 갖는 일은 드물다. 그러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드디어 빨간 경보음이 울린다. 하물며 혼자, 혹은 둘이 살 집도 막막할진대 방 다섯 개와 거실, 주방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 넓은 집을 어떻게 꾸밀지 A부터 Z까지 결정하는 일이 과연 말처럼 재밌기만 했을까.



1 박수연 씨와 동생 방에 딸린 작은 베란다는 빅 쿠션을 두어 좌식 공간으로 연출. 거실과 연결되는 베란다는 새시를 철거하고 덱을 깔아 테라스 공간으로 꾸몄다.  위 아래층 모두 화장실이 두 개씩 있던 구조. 위층 화장실은 하나만 건식으로 살리고, 하나는 드레스 룸으로 바꿨다.  주방 조리대에서 식탁을 바라본 모습. 체코 모라비 유채밭 풍경 역시 아버지의 작품이다.  4 아래층 거실. 폴리싱 타일의 반짝이는 질감과 초록 화분의 싱그러움이 인상적이다.

“사실 이사하기 50일 전에 레노베이션을 시작했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워낙 인테리어를 좋아해 최근 3-4년간 발간된 잡지는 거의 다 구독했는데 그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이미 수백 컷의 사진이 스타일, 부실, 수납 등 카테고리별로 쫙 정리되어 있었기에 디자이너에게 원하는 스타일을 설명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순조로웠죠.” 4년 전 모벨랩에서 장미 나무 책상을 사두었다는 박수연 씨. 그때는 그저 나무 질감과 형태가 마음에 들어 구입한 이 책상을 시작으로 북유럽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진 그는 위층을 모던한 뉴 스칸디나비안 스타일로 꾸몄다. 무엇보다 기존 나무 바닥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 또 위층의 가장 큰 묘미는 방마다 딸린 테라스 공간이다. 계단 한쪽에 위치한 작은 거실 너머의 테라스는 원래 외부 새시가 있는 베란다였는데, 국립도서관과 서래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아 과감히 뜯고 덱을 깔아 개방감이 느껴지는 테라스로 연출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초를 켠 뒤 눈사람을 만들어 세워두고 테라스 안쪽 원형 테이블에 앉아 야경을 보며 차 한잔 마시는 즐거운 상상을 한단다.

실제 이사한 후 박수연 씨는 독립 아닌 독립을 하게 됐다. 침실과 연습실이 위층에 있다 보니 주로 위층에서 지내는 그는 계단 옆 작은 거실 테이블에서 책도 읽고 손님도 맞는다. 온 가족이 아버지의 작품을 보며 식사를 하고, 밤늦게까지 음악을 듣고 연습하고, 또 친구들이 오면 테라스에 앉아 야경을 바라보며 와인 한잔 즐길 수 있는 집. “다락방은 모든 사람의 로망이잖아요. 천장 라인도 살리고 싶었지만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울 수 있다는 디자이너의 조언에 기존 상태를 유지하고 단열 필름과 합판을 보강했어요.” 물론 공사를 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라 생각하는 박수연 씨. 그는 무엇보다 결혼 전 잠시나마 독립 생활을 하는 지금 시간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테라스를 만끽하니, 너른 마당이 있는 집에 도전해보고 싶은 용기 역시 ‘복층’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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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뛰놀며 주택처럼 사는 복층 아파트복층에 사는 즐거움_사례3
파워레인저 급 에너지로 하루를 사는 두 아들을 위해 줄곧 아파트 1층에서 살던 간영주ㆍ이수진 씨 부부는 올여름 최상층의 복층형 아파트로 이사했다. 10평의 다락방과 15평의 옥상 테라스가 안겨주는 특별한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간영주・이수진 씨 부부와 아들 도현, 도윤 그리고 애견 또치. 높은 천장고와 뚫린 구조 때문에 생기는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실과 다락방 사이에 새시를 시공했다.


친구 놈들과 작당해 다락방 안에 기어 들어가면 배시시 분 바른 ‘그녀’가 우릴 맞았다. 제사상에 귀하게 올리는 무지개 젤리가 설탕 분을 바른 채 색시처럼 앉아 있고, 그걸 바라보는 애 녀석들 얼굴에선 누런 콧물, 묽은 침이 들락날락했다. 손가락까지 쪽 핥으면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던 상냥한 맛, 그 맛을 닮은 아이들의 오후가 다락방 안에 숨어 있었다. 이 집 아들 도현(11), 도윤(9)이 자라 되돌아보는 ‘다락방 라이프’도 그렇게 다디달 것이다. 마냥 뒹굴거리던 방, 온 바닥에 장난감을 늘어놓고 꼼지락거려도 얼른 치우라며 엄마가 꾸지람하지 않던 곳, 친구 녀석들과 빈둥빈둥 놀다 설핏 잠이 들어도 그만인 소년들만의 공간. 빛살의 미세한 흐름에도 먼지가 푸들푸들 떨리던 다락방의 나른한 오후를 이들은 오래 기억할 것이다.


1 캠핑광이던 이 가족은 옥상 테라스에 텐트를 치고 인도어 캠핑In-door camping도 즐길 계획이다. 2 높은 천장고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3차원적 샹들리에를 설치했다.

“복층형 아파트를 선택할 때 유심히 살펴야 할 것들이 있어요. 다락방에 단열과 난방 시공이 되어 있지 않아 겨울이면 창고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럴 땐 다락방 공간에만 온돌 패널 시공을 할 수 있죠. 또 다락방으로 오르는 계단이 가파르거나, 천장에서 간이로 내리는 사다리 형태인 경우도 종종 있어요. 다락방 공간의 쓰임을 확실히 염두에 두지 않으면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받거나 구입한 복층 집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니 유의하세요.” _ 디자이너 박지현 씨


소년들의 다락방 라이프, 엄마 아빠의 가든 라이프 
“쿵쾅쿵쾅 뛰어다녀도 층간 소음 때문에 아래층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집, 친구들 데려와 맘껏 뒹굴 수 있는 집, 그러다 진력나면 마당으로 나가 해바라기할 수 있는 집, 그런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줄곧 아파트 1층에서만 살았죠. 영국에서 오래 살아 전원주택에 로망이 있는 저와 공동주택의 장점을 바라는 아내가 ‘그다음 집’으로 택한 절충안이 바로 덱deck이 딸린 옥상 집이었어요. 아이들도 다락방이 있는 이 복층형 아파트를 보고 ‘우아, 좋다!’라며 화답해주었고요.” 간영주ㆍ이수진 씨 부부가 아파트 1층 대신 택한 꼭대기층의 복층형 아파트는 온 가족의 바람에 마침맞았다. 천장고가 어른 키에 좀 못 미치는 나지막한 다락방은 아이들에겐 오히려 ‘숨어 있기 좋은 방’이었고, 어른들에겐 두 아이가 뛰어다녀도 아랫집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장소였다. 옥상 테라스는 손님 초대를 즐기는 이 가족에게 가든파티보다 운치 있는 테라스 파티를 열어줄 또 다른 ‘마당’이 될 게 분명했다. “복층형 아파트 중에도 테라스나 정원이 있다고는 하나 매우 협소한 경우가 종종 있어요. 우리 가족이 이 집을 보고 한눈에 반한 건 다른 아파트에 비해 넓은 옥상 테라스 때문이죠. 15평 정도 되는데 이 정도면 일반 택지 지구의 단독주택에서 볼 수 있는 정원 규모일 거예요.” 이렇게 뼈대는 안성맞춤으로 준비했으니, 그 안을 보기 좋고 쓸모 있는 살들로 채워줄 디자이너를 물색할 차례.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던 그들은 달앤스타일의 박지현 실장을 찾아냈고, “맘껏, 알아서, 잘 고쳐주세요”라고 무한한 신뢰 한마디로 ‘집 고치기’를 일임했다.



1 아이들 침실은 내부 새시의 한쪽 부분을 없애고 발코니 쪽으로 가벽을 세워 알코브 형식의 침대 공간을 만들었다. 도현, 도윤만의 놀이 공간인 다락방. 천창 아래엔 가벽을 세워 잡동사니를 수납할 수 있는 작은 창고를 마련했다.침실과 발코니 바 사이에도 폴딩 도어를 시공해 개방감과 분리감을 함께 노렸다. 


1 아이들 공부방도 내부 새시의 한쪽 부분을 없애고 벤치크기만큼 베란다 쪽으로 가벽을 만들어 테이블 공간을 넓게 확보했다. 스틸 다리에 과일나무 상판을 얹은 식탁과 수납 기능도 함께하는 벤치.



디자이너는 가장 먼저 집의 중심인 거실을 튼실한 뼈대와 근육으로 채웠다. “5m 가까이 되는 복층형 아파트의 천장고를 십분 살리고 싶었어요. 복층형 아파트는 이 천장고 덕분에 시야가 확 트여 집이 훨씬 넓어 보이는 장점이 있죠. 게다가 박공형 사선 천장 덕분에 경쾌함도 느껴지고요. 아파트지만 주택에 사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죠. 이런 장점을 살리기 위해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3차원적 펜던트 조명등을 달아 천장으로 시선을 유도하고, 라이트 박스 둘레에 간접조명을 넣었어요. 도배 대신 진주 가루를 섞은 페인트를 칠해 밤에 조명을 받으면 은하수가 펼쳐진 것 같은 느낌을 연출했고요. 그렇게 한없이 올려다보고 싶은 천장, 그것이 이 집의 첫 번째 매력이 됐어요.”주부 디자이너인 박지현 실장은 살림꾼다운 면모도 발휘했다. 높은 천장고, 거실과 다락방 공간의 뻥 뚫린 구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실과 다락방 사이에 새시를 달았다. 또 거실 베란다 부분은 확장 공사를 하는 대신 폴딩 도어를 달아 겨울에는 보온에 힘 쓰고, 여름에는 개방감과 통풍 효과를 맘껏 얻을 수 있게 했다.

아이들만의 공간인 다락방은 벽과 바닥을 따뜻한 컬러의 벽지와 마루로 마감했다. 천창 아랫부분에 가벽을 세워 창고도 하나 만들었다. 이 공간은 아이들과 함께 뒹구는 잡동사니들을 일시에 숨기는 장소로 그만이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다락방을 다른 용도로 바꿀 생각이에요. 집 안에 ‘신나는 도서관’을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빈백 소파나 카우치 소파에 앉아 마음대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보드게임 같은 것도 할 수 있는 그런 공 간이요. 물론 공부는 자기 방에서 집중해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에 이곳에서 공부 따윈 잠시 잊어도 괜찮아요.” 아파트 꼭대기층이어서 덤으로 얻은 전용 테라스에는 원래 파란 잔디가 요처럼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 잔디는 관리하는 것도 여의치 않고 ‘관상용’으로 그칠 것 같았다. 디자이너는 잔디를 모두 걷어낸 후 그 자리에 방 부목으로 덱을 깔고 정원처럼 나무 울타리를 둘렀다. 그렇게 만든 테라스 가든에서 이 가족은 때때로 바비큐 파티를 열고, 밤의 달큼한 냄새에 취해 별을 바라보기도 한다. 아이들은 다락방에서 놀다 싫증 나면 바로 지붕으로 올라가 공기놀이를 하며 그들만의 오후를 즐기며 하루를 보낸다. 봄이 되면 울타리 뒤쪽에 텃밭 상자를 놓아 계절 작물을 키울 계획이다.


1 이 형제처럼 도시 한복판에서 아파트 지붕을 전용 놀이터 삼아 망중한을 즐기는 아이는 드물 듯하다. 2 원래 뚫려 있던 안방 베란다와 거실 베란다 사이에 가벽을 세워 안방 쪽에는 작은 싱크대를, 거실 쪽에는 대형 화분을 놓았다. 종종 재택근무를 하는 간영주 씨의 서재. 여기에서도 개방감과 분리감을 동시에 느끼도록 책상 앞에 야트막한 벽을 설치했다. 4 거실에서 다락방으로 오르는 계단실 아래 그대로 드러난 공조 시설을 감추기 위해 문을 달았다.

10 더하기 15의 특별함 
사실 이 집은 박공형 천장, 다락방과 옥상 테라스라는 ‘특별한 덤’을 떼놓고 보면 그냥 아파트, 멀리서 살피면 벌집처럼 구멍 뚫린 아파트 가운데 하나다. 똑같은 평면과 마감재로 이루어진 기성품 아파트를 사들여 구석구석 손 가지 않은 데 없이 매만져 ‘맞춤 집’을 만드는 건 집주인과 그를 돕는 디자이너의 몫이다. 술 좋아하는 간 영주 씨를 위해 안방 베란다에 발코니 바를 만든 것, 아이들이 잠들면 부부만의 시간을 맘껏 누리라고 안방 발코니와 거실 베란다 사이에 가벽을 세우고 작은 싱크대를 설치한 것, 사이좋은 형제를 위해 아이들 침대 크기만큼 베란다 쪽으로 가벽을 내어 알코브(방 한쪽에 설치한 오목한(凹)장소) 형태의 침대 공간을 설치한 것, 아이들 공부방에는 벤치 크기만큼 베란다쪽으로 가벽을 만들어 공부 테이블을 넓게 만든 것, 종종 재택근무 하는 간영주 씨를 위해 서재 책상 앞에 얕은 벽을 만들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한 것…. 이런 사소하고도 사적인 ‘라이프’가 디자이너의 ‘스타일’을 만나 이 집만의 ‘라이프스타일’로 완성되었다. 작가 이외수 씨의 말처럼 어쩌면 아파트는 ‘인간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성품 아파트가 대부분 기성품 캐비닛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양산해내기 때문에 이 집에 있는 10평의 다락방 그리고 15평의 옥상 테라스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건 바로 주택에서 사는 삶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자연 친화적 일상, 나지막하고 좁은 ‘구석 공간’이 만드는 내밀한 추억 때문일 것이다.


복층에 사는 즐거움_사례3
파워레인저 급 에너지로 하루를 사는 두 아들을 위해 줄곧 아파트 1층에서 살던 간영주ㆍ이수진 씨 부부는 올여름 최상층의 복층형 아파트로 이사했다. 10평의 다락방과 15평의 옥상 테라스가 안겨주는 특별한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간영주・이수진 씨 부부와 아들 도현, 도윤 그리고 애견 또치. 높은 천장고와 뚫린 구조 때문에 생기는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실과 다락방 사이에 새시를 시공했다.


친구 놈들과 작당해 다락방 안에 기어 들어가면 배시시 분 바른 ‘그녀’가 우릴 맞았다. 제사상에 귀하게 올리는 무지개 젤리가 설탕 분을 바른 채 색시처럼 앉아 있고, 그걸 바라보는 애 녀석들 얼굴에선 누런 콧물, 묽은 침이 들락날락했다. 손가락까지 쪽 핥으면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던 상냥한 맛, 그 맛을 닮은 아이들의 오후가 다락방 안에 숨어 있었다. 이 집 아들 도현(11), 도윤(9)이 자라 되돌아보는 ‘다락방 라이프’도 그렇게 다디달 것이다. 마냥 뒹굴거리던 방, 온 바닥에 장난감을 늘어놓고 꼼지락거려도 얼른 치우라며 엄마가 꾸지람하지 않던 곳, 친구 녀석들과 빈둥빈둥 놀다 설핏 잠이 들어도 그만인 소년들만의 공간. 빛살의 미세한 흐름에도 먼지가 푸들푸들 떨리던 다락방의 나른한 오후를 이들은 오래 기억할 것이다.


1 캠핑광이던 이 가족은 옥상 테라스에 텐트를 치고 인도어 캠핑In-door camping도 즐길 계획이다. 2 높은 천장고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3차원적 샹들리에를 설치했다.

“복층형 아파트를 선택할 때 유심히 살펴야 할 것들이 있어요. 다락방에 단열과 난방 시공이 되어 있지 않아 겨울이면 창고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럴 땐 다락방 공간에만 온돌 패널 시공을 할 수 있죠. 또 다락방으로 오르는 계단이 가파르거나, 천장에서 간이로 내리는 사다리 형태인 경우도 종종 있어요. 다락방 공간의 쓰임을 확실히 염두에 두지 않으면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받거나 구입한 복층 집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니 유의하세요.” _ 디자이너 박지현 씨


소년들의 다락방 라이프, 엄마 아빠의 가든 라이프 
“쿵쾅쿵쾅 뛰어다녀도 층간 소음 때문에 아래층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집, 친구들 데려와 맘껏 뒹굴 수 있는 집, 그러다 진력나면 마당으로 나가 해바라기할 수 있는 집, 그런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줄곧 아파트 1층에서만 살았죠. 영국에서 오래 살아 전원주택에 로망이 있는 저와 공동주택의 장점을 바라는 아내가 ‘그다음 집’으로 택한 절충안이 바로 덱deck이 딸린 옥상 집이었어요. 아이들도 다락방이 있는 이 복층형 아파트를 보고 ‘우아, 좋다!’라며 화답해주었고요.” 간영주ㆍ이수진 씨 부부가 아파트 1층 대신 택한 꼭대기층의 복층형 아파트는 온 가족의 바람에 마침맞았다. 천장고가 어른 키에 좀 못 미치는 나지막한 다락방은 아이들에겐 오히려 ‘숨어 있기 좋은 방’이었고, 어른들에겐 두 아이가 뛰어다녀도 아랫집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장소였다. 옥상 테라스는 손님 초대를 즐기는 이 가족에게 가든파티보다 운치 있는 테라스 파티를 열어줄 또 다른 ‘마당’이 될 게 분명했다. “복층형 아파트 중에도 테라스나 정원이 있다고는 하나 매우 협소한 경우가 종종 있어요. 우리 가족이 이 집을 보고 한눈에 반한 건 다른 아파트에 비해 넓은 옥상 테라스 때문이죠. 15평 정도 되는데 이 정도면 일반 택지 지구의 단독주택에서 볼 수 있는 정원 규모일 거예요.” 이렇게 뼈대는 안성맞춤으로 준비했으니, 그 안을 보기 좋고 쓸모 있는 살들로 채워줄 디자이너를 물색할 차례.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던 그들은 달앤스타일의 박지현 실장을 찾아냈고, “맘껏, 알아서, 잘 고쳐주세요”라고 무한한 신뢰 한마디로 ‘집 고치기’를 일임했다.



1 아이들 침실은 내부 새시의 한쪽 부분을 없애고 발코니 쪽으로 가벽을 세워 알코브 형식의 침대 공간을 만들었다. 도현, 도윤만의 놀이 공간인 다락방. 천창 아래엔 가벽을 세워 잡동사니를 수납할 수 있는 작은 창고를 마련했다.침실과 발코니 바 사이에도 폴딩 도어를 시공해 개방감과 분리감을 함께 노렸다. 


1 아이들 공부방도 내부 새시의 한쪽 부분을 없애고 벤치크기만큼 베란다 쪽으로 가벽을 만들어 테이블 공간을 넓게 확보했다. 스틸 다리에 과일나무 상판을 얹은 식탁과 수납 기능도 함께하는 벤치.



디자이너는 가장 먼저 집의 중심인 거실을 튼실한 뼈대와 근육으로 채웠다. “5m 가까이 되는 복층형 아파트의 천장고를 십분 살리고 싶었어요. 복층형 아파트는 이 천장고 덕분에 시야가 확 트여 집이 훨씬 넓어 보이는 장점이 있죠. 게다가 박공형 사선 천장 덕분에 경쾌함도 느껴지고요. 아파트지만 주택에 사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죠. 이런 장점을 살리기 위해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3차원적 펜던트 조명등을 달아 천장으로 시선을 유도하고, 라이트 박스 둘레에 간접조명을 넣었어요. 도배 대신 진주 가루를 섞은 페인트를 칠해 밤에 조명을 받으면 은하수가 펼쳐진 것 같은 느낌을 연출했고요. 그렇게 한없이 올려다보고 싶은 천장, 그것이 이 집의 첫 번째 매력이 됐어요.”주부 디자이너인 박지현 실장은 살림꾼다운 면모도 발휘했다. 높은 천장고, 거실과 다락방 공간의 뻥 뚫린 구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실과 다락방 사이에 새시를 달았다. 또 거실 베란다 부분은 확장 공사를 하는 대신 폴딩 도어를 달아 겨울에는 보온에 힘 쓰고, 여름에는 개방감과 통풍 효과를 맘껏 얻을 수 있게 했다.

아이들만의 공간인 다락방은 벽과 바닥을 따뜻한 컬러의 벽지와 마루로 마감했다. 천창 아랫부분에 가벽을 세워 창고도 하나 만들었다. 이 공간은 아이들과 함께 뒹구는 잡동사니들을 일시에 숨기는 장소로 그만이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다락방을 다른 용도로 바꿀 생각이에요. 집 안에 ‘신나는 도서관’을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빈백 소파나 카우치 소파에 앉아 마음대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보드게임 같은 것도 할 수 있는 그런 공 간이요. 물론 공부는 자기 방에서 집중해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에 이곳에서 공부 따윈 잠시 잊어도 괜찮아요.” 아파트 꼭대기층이어서 덤으로 얻은 전용 테라스에는 원래 파란 잔디가 요처럼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 잔디는 관리하는 것도 여의치 않고 ‘관상용’으로 그칠 것 같았다. 디자이너는 잔디를 모두 걷어낸 후 그 자리에 방 부목으로 덱을 깔고 정원처럼 나무 울타리를 둘렀다. 그렇게 만든 테라스 가든에서 이 가족은 때때로 바비큐 파티를 열고, 밤의 달큼한 냄새에 취해 별을 바라보기도 한다. 아이들은 다락방에서 놀다 싫증 나면 바로 지붕으로 올라가 공기놀이를 하며 그들만의 오후를 즐기며 하루를 보낸다. 봄이 되면 울타리 뒤쪽에 텃밭 상자를 놓아 계절 작물을 키울 계획이다.


1 이 형제처럼 도시 한복판에서 아파트 지붕을 전용 놀이터 삼아 망중한을 즐기는 아이는 드물 듯하다. 2 원래 뚫려 있던 안방 베란다와 거실 베란다 사이에 가벽을 세워 안방 쪽에는 작은 싱크대를, 거실 쪽에는 대형 화분을 놓았다. 종종 재택근무를 하는 간영주 씨의 서재. 여기에서도 개방감과 분리감을 동시에 느끼도록 책상 앞에 야트막한 벽을 설치했다. 4 거실에서 다락방으로 오르는 계단실 아래 그대로 드러난 공조 시설을 감추기 위해 문을 달았다.

10 더하기 15의 특별함 
사실 이 집은 박공형 천장, 다락방과 옥상 테라스라는 ‘특별한 덤’을 떼놓고 보면 그냥 아파트, 멀리서 살피면 벌집처럼 구멍 뚫린 아파트 가운데 하나다. 똑같은 평면과 마감재로 이루어진 기성품 아파트를 사들여 구석구석 손 가지 않은 데 없이 매만져 ‘맞춤 집’을 만드는 건 집주인과 그를 돕는 디자이너의 몫이다. 술 좋아하는 간 영주 씨를 위해 안방 베란다에 발코니 바를 만든 것, 아이들이 잠들면 부부만의 시간을 맘껏 누리라고 안방 발코니와 거실 베란다 사이에 가벽을 세우고 작은 싱크대를 설치한 것, 사이좋은 형제를 위해 아이들 침대 크기만큼 베란다 쪽으로 가벽을 내어 알코브(방 한쪽에 설치한 오목한(凹)장소) 형태의 침대 공간을 설치한 것, 아이들 공부방에는 벤치 크기만큼 베란다쪽으로 가벽을 만들어 공부 테이블을 넓게 만든 것, 종종 재택근무 하는 간영주 씨를 위해 서재 책상 앞에 얕은 벽을 만들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한 것…. 이런 사소하고도 사적인 ‘라이프’가 디자이너의 ‘스타일’을 만나 이 집만의 ‘라이프스타일’로 완성되었다. 작가 이외수 씨의 말처럼 어쩌면 아파트는 ‘인간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성품 아파트가 대부분 기성품 캐비닛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양산해내기 때문에 이 집에 있는 10평의 다락방 그리고 15평의 옥상 테라스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건 바로 주택에서 사는 삶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자연 친화적 일상, 나지막하고 좁은 ‘구석 공간’이 만드는 내밀한 추억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