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입사하기에는 좀 이른 나이에,
낙하산입사(남들보다는 이 단어에 정감이 간다.)를 경험한 난,
어딜가던 막내 였다. 지금 회사에서도 물론 막내다.
남자들 사이에선 막내, 여자들이 낀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말이다.
처음 입사했던(알바를 시작했다는 편이 맞겠다.) 기업은,
호칭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 였다. 팀장이 동호회장 형이였다.
당시 대학전산인 통신동호회에서 부시삽 활동을 했던 나를,
대표시삽이였던, 형이 덜컥 입사시켜 버렸던 것이다.
당근 그 형이 울팀 팀장이였다. 그 회사가 궁금한가?
S* T*e*le*om Ne**go 였다. 부서명은 정보사업추진지원팀.
팀막내인 나는 팀장을 형으로 불렀다. 지금 말로 하자면 "개념없는 놈"
이였던 것이다. 막 만들어진 팀이였지만, 팀 구성원은 기존 팀에서의
차출이라, 대리 과장 팀장순의 짜임세있고, 나름 탄탄한 구조를
갖춘 젊은 팀이였다. 팀장을 형으로 부르며, 다른 모든 직원들을 형이라
부르려 노력했던,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9년이 지난 지금도 경조사를
함께하는 이 팀의 관계는 , 그때의 가족같은 팀 분위기가
일조 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회의실에 가득했던 라면들과,
밤새 울티마 온라인을 했던 기억이 새록 새록하다.
어린놈이 나이많은 새내기 입사자들의 OT를 하기도 했고, PT에
눈뜬 후에는 사람앞에서 레이져봉 드는걸 롤러코스트 타는듯 좋아 했다.
물론 지금은 레이져봉이 폭탄뇌관으로 보인다. -_-++
즐거운 팀장형을 떠나 드뎌 군대를 가게 됐다.
군대.. 여긴 인생자체가 바뀌는 곳이라던데....
난 희안하게 안 그랬다. 130명 중대에 병장이 123명. 믿을수 없는 내 군번.
아직도 기억난다. 중대왕고에게 불려가서 TV를 볼때 걸래를 들고
침상을 딱던 바로위 병장의 얼굴이 -_-;;;
그렇게 풀린 군번이였던 나를 미워 할만도 한데, 곧 제대한다며,
다들 그냥 형이라고 부르란다. 사회나가면 어짜피 형이라며...헉;;;
출퇴근 하는 상근 상병에게도 형이라고 부르고, 그렇게 일병 4호봉에
중대 왕고를 잡았다. 형이라는 호칭 정말 편하고 좋았다.
나중에 전근온 군의관은 학교 선배로, 우리꽈 선배의 친구였다. 91학번.
군의관 면회온 차에서 내리는 그 형을 내가 담배피다 발견했다.
"어 형이 여기 어?"
군의관도 형 됐다. 안 믿어지지 않나? 난 세상 쫍다 주의자다.
진짜 쫍다. 세상 콩만하다. 특히 한국은.
제대 후 I*M에 들어가서는 좀 힘든 생활을 했다. 모든 사람이 선배였다.
XXX선배님, XXX과장님 등등.. 정상적인 회사 호칭이 통할듯 하다가
또, 형을 만들었다. 근데 이게 형을 하나 만들면 그 형의 동기들은 다
형이나 누나가 되는데, 왠만한 회사는 동기가 10명 정도 된다.
그 형이 IKI(I*m Korea recruIt-한국면접입사)7기 였는데,
당시 내가 11기였으니, 10기부터 7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형이나 누나가
되던 순간이였다. 웃기게도 9기 누나 하나는 왜 자기한테는 선배냐며
누나라 부르라며 날 몰아세운적도 있다.
물론 친해지겠다고 그랬겠지만 말이다. 형/누나 라는 호칭이 비지니스
세계에서 많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더 많지만,
적어도 같은 회사 내부에서는 실보다는 득이 많은 호칭일듯 싶다는
생각이든다.
회사를 또 여러번 옴겨 대리가 되어 있는 지금도, 후배 하나 없지만,
(없던건 아니였다 6개월 정도 있다가 나간 녀석들이 둘정도 있으니...흠..)
후배가 들어오면 거침없이 형이라고 부르라고 할 것이다.
각박한 이 세상에서 일보다 중요한 무언가를 꼽으라면 그 중 하나는
분명히 끈끈한 인적 네트웍일것이다.
"격변의 시대에 미래는 지속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이 상속할 것이다.
배움을 멈춘 사람들은 대개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에서 살아갈 채비를 한다." -에릭 호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