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시대에 미래는 지속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이 상속할 것이다. 배움을 멈춘 사람들은 대개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에서 살아갈 채비를 한다." -에릭 호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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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에 임신으로 처갓집 생활을 하고 있는 사자짱은 오늘도 열심히 출근을 하고 있었드랬습니다.

그 막힌다던 내부순환을 뚫고, 동부간선을 뚫고, 강변북로를 뚫고, 잠실대교에 진입했습니다.

그 막힌다는 잠실대교. 오늘은 널널 하더군요.

잠실대교 남단에서 좌회전을 해야하는 사자짱은 중앙분리대 쪽 차선으로 이동중이였는데,

중앙분리대 근처에 쬐끔한 고양이 한마리가 보이는 것이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겁니다. 잠실대교 중앙분리대는 콘크리트로, 어른 허리보다 높게 만들어졌습니다.)

시속은 80km가 넘는 상황이였고, 뒷쪽에서 차들이 맹렬히 달리는 터라, 일단 고양이 상태만 보고

지나쳤습니다.

신호가 있는 잠실대교 남단에서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이거 신고를 해야 하나? 해야 한다면 어디로 해야하나?'

TV에서 봤던 동물구조대가 생각났습니다. 곧바로 전화기를 꺼내 114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SK TELECOM 입니다. ~~~' ,
'아차, 이거 아닌데'

핸드폰에서는 02-114를 눌러야 되더군요.  114를 걸어서 상담원분께

'동물보호협회 서울지부나, 동물구조협회 서울지부'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조회하던 상담원분이 '동물보호협회는 수도권에 딱하나, 경기도에만 있습니다.'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냥 거기라도 알려달라고 말씀드려서. 전화를 해봤습니다. 1번을 누르면 바로 연결되더군요.
(세상 참 좋아 졌습니다.)

지금은 업무시간이 종료되었다는 멘트. 참 뭐랄까 섭섭하더군요.

전화를 끊고, 바로 119로 전화를 했습니다. 뭔가 도움을 받을수 있을까 싶어서 였죠.

여쭤볼말이 있다고 전제를 깔고, 혹씨 동물 구조도 담당을 하시는지, 동물구조본부는 업무시간이

아니라고 이런저런 일련에 사연을 말씀 드렸더니, 구청에는 연락을 해 보셨냐는 질문을 주시더군요.

그래서, 구청 어디로 전화하면 되는지 여쭸더니, 직접 해주시겠다는 고마운 말씀.

회사에 도착한후, 5분 정도가 지났을까? 신고한지는 1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성동119 구조대 라고 찍힌 전화가 핸드폰으로 왔습니다.

고양이를 찾으셨냐고 여쭤봤더니 찾았다고 하시고, 살았는지를 여쭤봤더니 죽었다고 하더군요.

방금 전 죽은것 같다면서. 신고할때는 살아있었는데 라며 죄송하단 말씀을 드렸습니다.

전화를 끊고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과연 그런 신고를 한 내가 잘한걸까?'

'살리지도 못했고, 가뜩이나 바쁘신 119 분들이 출동까지 했고,
출동해서 119구조대 차를 세우고 고양이 상태를 볼때까지, 잠실대교는 얼마나 막혔을까?'

'고양이 한마리때문에 움직인 수십명의 기회비용이 과연 고양이 생명에 준하는 것일까?'

'이런 신고 때문에 막상 -정작 세금을 내고 있는- 진짜 중요한 사람에게로의 출동이 늦었다면,
과연 이런 신고를 한 내가 정당화 될수 있을까? '


과연 공공의 이익에 고양이 구조도 포함될까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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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0 12:19 2008/07/10 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