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시대에 미래는 지속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이 상속할 것이다. 배움을 멈춘 사람들은 대개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에서 살아갈 채비를 한다." -에릭 호퍼

Posted
Filed under 분류없음

4월의 새벽, 예상치 못한 눈발이 공중에서 춤추듯 흩날리고 있었다. 봄이라 가벼운 옷을 걸치고 나섰건만,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파고들었다. 이제는 따뜻해질 거라 방심했던 것이 실수였다.

새벽 12시, 출근길에 나섰다. 바람에 실려 온 눈송이들이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반짝이며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하지만 땅에 닿자마자 사라지는, 겨울의 마지막 흔적 같은 눈이었다. 내리는 듯 아닌 듯, 마치 꿈속 풍경처럼 공중을 맴돌던 눈송이는 조용한 거리에 묘한 분위기를 더했다.

시간이 흘러 새벽 6시, 퇴근할 때쯤 눈은 이미 사라졌고, 거리엔 그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내리지 않았던 것처럼. 하지만 머리칼과 옷깃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한두 개의 눈송이는 밤새 내렸던 흔적을 증명하고 있었다. 피로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며, 그 순간을 곱씹었다.

겨울과 봄 사이, 잠깐 스쳐간 눈발은 마치 계절이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넨 듯했다.


어느새 봄이 완전히 자리 잡겠지, 그렇지만 그 새벽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25/04/13 17:06 2025/04/13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