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시대에 미래는 지속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이 상속할 것이다. 배움을 멈춘 사람들은 대개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에서 살아갈 채비를 한다." -에릭 호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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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게 무슨 소리지?"
"어? 뭐가?? 어.. 무슨 소리지? "

눈을 떴을때 느껴지는 시끄러움.. 무슨 소리지?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비틀 비틀 걸어 나갔다.
거실에 있는 홈시스템에서 어떤 여자가 뭐라 뭐라 소리를 치고 있었다.

'에? 무슨...소리지....'

'화재가 발생했으니 빨리 대피 하십시오! 화재가 발생했으니 빨리 대피 하십시오!'

'뭐 화재? 어디? '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탄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다.

"나가야 하는거야? " 놀란 와이프가 나를 쳐다 본다.

두리번 거리며 모자를 찾으며 내가 말했다.
"지갑만 챙겨서 나가자"

"뭐 좀 챙겨야 하는거 아니야? 차키 가져와 오빠!"

밖을 볼 기운도 없이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까지 왔다. 두개의 엘리베이터는
이미 아랫쪽을 향해 내려 간 상태였다.

'엘리베이터가 운행중이다...'

정확히 지금 상황(화재상황) 에서는 비상 계단을 이용하는 게 맞지만,

냉정히 상황을 생각했다. (비상때는 무조건 최대한 냉정해야 한다.)

지근거리에서 소방차 사이렌이 울리고 있다.

혹씨 우리 동에서 불이 나서, 소방작업이 진행 되었다면,

이미 엘리베이터는 수동 조작으로 사용불가 상태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엘리베이터가 운행중이다.

결론은? 적어도 우리동에서는 불이 나지 않았다. 라는 결론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로 했다.


'덜컹'

밖을 보려고 와플이 계단쪽 비상문을 열었다.

열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와플에게 해주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화재시 주의해야할 점 중 하나는  역류성 화염이다.

산소가 모두 연소하여 소강상태인 화재가,

창문 깨짐 출입문 개방등을 통해 신선한 공기를 만나 다시 화재가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화재대피 요령에는 , 문을 열기전 손잡이를 살짝 만져 온도가

뜨겁다면 다른 대피로를 이용해야 하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는 더디게 올라왔다. 35층인 우리집까지 올라오기까지엔 시간이 필요한 듯 했다.

119로 전화를 했다. 119가 통화중이였다. 이건 무슨?????;;; -_-;;;

한 층에 4가구가 살고 있는 구조인 우리 아파트는 다른 한 층 두 가구 구조보다 한 동의 인원이 많다.

한 층에 4가구씩 36층이 있으니(144가구), 한 집에 약 4명( 576명) 만 살고 있다고 해도 몇 명인가?

암튼 그 사람들이 모두 경보를 듣고 나왔으니.. 얼마나 복잡 할 것인가.

평소 35층에서 1층까지 2분이면 내려갔던 엘리베이터가 10분을 넘게 걸려 층마다 섰다.

1층에 도착 후 문을 나서니, 많은 사람들이 문 밖에 있었다.

이때 알았던 사실, 67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우리 아파트 단지의 반쪽인 2단지 주민 모두에게

화재 경보가 울렸다는 사실이다. 모두들 나와서 엠블란스 구경하고, 바글 바글.
(송파구+강남구의 모든 소방차를 다 왔었던것 같다. )

난 고가사다리차를 실제로 처음 봤다. 오.. 늠름한 녀석.. 트랜스포머가 생각났다.

이런 저런 얘기를 종합해 보니, 226동 비상계단에서 경보가 시작되었고,

경보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조차 못한 경비실 담당자는, 소방관 아저씨들께 열심히 욕을 먹고 있었다.

화재가 났으면 경보를 주는게 당연하고, 그 당연한 경보를 듣고 나왔으니 좋은실전경험으로 생각하겠지만,

오보라면 바로 다시 방송을 해줘야 하는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하고,

다들 집으로 집으로 올라갔다.

처음 경보가 울린시간 새벽 3시 30분 ~ 탈출(?) 성공 시간 3시 39분

다시 집에 올라온 시간 4시 04분 ...

그 뒤로도 오랫동안 소방차가 있었다. 4시 20분 정도까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순찰차는 계속해서 순찰을 했으며, 한대씩 한대씩 엠블런스와 소방차가 빠져 나갔다.

큰 산소통(?)을 메고, 무거워 보이는 모자를 쓰고, 소방차옆 길에 앉아 담배를 피던 소방대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세금이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경찰관 소방관 이런 분들 보면 정말 너무 고맙고, 너무 든든하다.

내려가서 캔 커피라도 돌릴걸... 아쉽다.

잠이 홀딱 깨버린 우린 5시 20분까지 잠을 못잤다.. 아..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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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4 09:03 2009/06/24 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