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새벽, 예상치 못한 눈발이 공중에서 춤추듯 흩날리고 있었다. 봄이라 가벼운 옷을 걸치고 나섰건만,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파고들었다. 이제는 따뜻해질 거라 방심했던 것이 실수였다.
새벽 12시, 출근길에 나섰다. 바람에 실려 온 눈송이들이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반짝이며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하지만 땅에 닿자마자 사라지는, 겨울의 마지막 흔적 같은 눈이었다. 내리는 듯 아닌 듯, 마치 꿈속 풍경처럼 공중을 맴돌던 눈송이는 조용한 거리에 묘한 분위기를 더했다.
시간이 흘러 새벽 6시, 퇴근할 때쯤 눈은 이미 사라졌고, 거리엔 그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내리지 않았던 것처럼. 하지만 머리칼과 옷깃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한두 개의 눈송이는 밤새 내렸던 흔적을 증명하고 있었다. 피로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며, 그 순간을 곱씹었다.
겨울과 봄 사이, 잠깐 스쳐간 눈발은 마치 계절이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넨 듯했다.
어느새 봄이 완전히 자리 잡겠지, 그렇지만 그 새벽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