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혼재미 1
"격변의 시대에 미래는 지속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이 상속할 것이다. 배움을 멈춘 사람들은 대개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에서 살아갈 채비를 한다." -에릭 호퍼
밖이 어둡긴 했지만, 밖이 어떤지는 몰랐다.
우박이 왔다고도 했고,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고도 했다.
책상이 창가를 등지고 있기도 했지만,
19층인 사무실에 전망은 아랑곳없이 여지 없이 내려진 블라인드 덕에,
밖에 사정은 평소에도 확인할 길이 없었다.
롯데월드 맞은편 19층... 전망과 야경 하나는 끝내주는 곳인데 말이다.
회사의 일을 봐달라는 삼촌 전화에 점심 약속을 잡고,
주차 타워 앞에서 차를 기다렸다.
나보다 늦게 왔지만, 춥다 춥다를 외치며 내 앞에 서버린 엄마뻘
아주머니도 '오늘 날씨가 추우니 봐주자....' 라고 생각했다.
어제 세차한 자동차가 비에 더러워질 생각에 기분이 약간 상했지만,
워낙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해서, 삼촌회사까지 가는 길이 가깝게 느껴졌다.
강의가 있으셔서 삼촌은 안 계시고, 다른 삼촌과 회의하고, 삼촌회사를 나왔다.
별반 친하지 않은 작은 삼촌과는 점심이 껄끄러웠다. 약속이 있다며 일찍 나왔다.
오늘 점심도 거르는구나...싶었다.
회사 빌딩에 돌아와서, 점심 먹지 않았으면 서브웨이핫도그라도 사가지고 올라오겠다던
와이프에게 점심을 먹었노라고 문자를 남기고, 사무실에서 인터넷 서핑을 했다.
서핑보다는 뉴스검색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결혼식 전에 그 모진 강행군 속에서도
한번도 앓지 않았던 감기를 신혼 둘째주에 걸려 버렸다.
집에 있었다면, 엄마에게 엄청 어리광을 부리며,
내가 이렇게 아프다며 엄청 엄마를 들 볶았을텐데.
이젠 내 옆엔 내 반쪽이 있었다.
아프다며 투정 부리는 내게 아침밥을 가져다 주고,
약을 지어다 주고 물수건을 머리에 올려주는 사람.
새벽에 뒤척이는 나와 같이 일어나 괜찬냐며 이마에 손을 올려주는 사람.
솔직히 아직은 결혼이 실감 나지 않는다.